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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한 삶

복실이

회오리감자쥬스 2025. 7. 12. 01:10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댁에 가면
나 태어나기 전부터 살던 개가 두마리 있었다
거멍이, 백구
 
삼촌들 말은 엄청 잘 따르던 개였는데
6살 무렵의 내가 다가가면 나를 엄청 무서워 하며 도망가고
겨우 구석에 있는걸 쓰다듬으면 무서워서 발발 떨던 개들
 
아마 6살 전의 나에게 해코지 할까봐
어른들이 나한테 못다가가 오게 많이 혼내서 그렇게 된거 같았다
어떻게 알게 된거냐면 소도 한마리 있었는데
소가 나한테 혓바닥 내밀다가 할머니한테 귓방망이를 맞는거 보곤 짐작하게 되었다
암튼 개들이 나한테만 안오는게 너무 서운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거멍이와 백구는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고
 
아래 같이 생긴 개가 한마리 있었다

 
복실이
 
시장에서 사오셨다고 했다
 
오천원
 
암컷
 
쪼매나가지고 내가 쓰다듬고 해도 도망도 안가고
좋다고 배까고 뒤집고 난리부르스를 한다
 
너만 좋냐
나도 좋지
 
 
동생이랑 강아지랑 같이 신나서 돌아댕기고
동네 점방에서 과자 사와서 같이 노나 먹고 (시골에서는 가게를 점방이라고 했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농사를 도와드리러 시골에 내려오는거라
매주 할아버지댁에 가는 거였는데
 
심심한 나와 동생한텐 너무 좋지
 
 
시골 동개의 특징이 빨리 큰다는 것이다
매주 갈때마다 엄청 커 있고
똥도 사람똥만한걸 싼다
 
 
 
크니까 제법 잘생긴 것이
어쩌면 믹스견이 아닌
뭔가 뼈대 있는 혈통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앉아, 일어서를 시켰을 때
입맛을 다시거나 다른데를 쳐다보긴 하지만
하기 싫어서 안하는거지 못하는건 아닌거 같은
뭔가 영특한  똑띠 같았다
 
 
 
 
그러다 다가온 명절날
친척들이 많이 모였는데
좁은 시골집은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고
애들은 화장실 대신 밖에다 신문지 깔고 싸야 했었다
 
친척동생들이 큰일을 신문지에다 보는데
 
 
복실이가
 
복실이가..

이노므새기가
 
신문지로 와서 똥을 먹어
 
친척동생의 방앗간에서 가래떡..
 
생산되자마자
 
아주 맛있게
 
찹찹..
 
친척동생은 기겁해서 울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복실이는
 
나한테 와서 반갑다고 내 손을 핥는다(방금 너가 뭐 먹었지?)
 
개아기
 
시골잡종 인증을 스스로 하는 영특한 개아기
 
 
 
암튼 시골 갈때마다 만나서 좋다고 서로 껴안고 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개벼룩때문에 가려워서 엄청 고생했다
집에 도착해 옷을 벗으면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개벼룩들
온 집안이 소다팝
 
 

복실이는 인싸였다
나랑 놀다 내가 밥먹으러 들어가면
고새를 못참고 동네개들이랑 만나서
우루루 돌아다니며
온 풀밭 헤집고 돌아다니다
밭에도 들어갔다가 할아버지한테 혼나고
시멘트 바르고 말리고 있는곳도 다 밟아놓고
다 개판만들어불고

그러다 내가 밥 다먹고 나오면
친구개들까지 데리고 나한테 온다
야이 나는 니 친구들과는 서먹해
해줄것이 없어
개들이 뭔가를 기대하고 나를 쳐다보는 기분 아는가
모르는 개들까지 쳐다보고 있는거

뭐라도 해야할거 같아서
손에 들고있던 솔방울 던져줬는데
먹을건지 알고 잠시 모여들었다가 아닌거 알고
흩어진다

개는 뭔가 맘에 안들면 콧방귀 뀌는데
그렇게 많은개가 콧방귀 뀌는거 처음봤다
복실이도 뭔가 실망한 표정,  개아기



 
성장한 복실이는 마루 밑에서 새끼도 낳았다
가물가물 한데 8마리
이듬해에 7마리 였었나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는 눈을 못뜨고 엄청 귀엽다
 
원래 새끼를 데려가면 엄마개는 난리 나는데
복실이는 우리한텐 괜찮다고 하며 미역국을 찹찹 맛있게 먹었다
 
항상 식사하고 남은 밥과 잔반을 모아 줬었다, 개가 혀로 생선 뼈 발라먹는거 보면 신기. 진짜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지금도 맛있게 먹는 사람들 보면 참 흐뭇하다 복실이 같아서)
우린 새끼 한마리씩 데려가서 자세히 구경하다 다시 돌려주곤 했었다
 
 
그 다담주쯤 시골 내려가보면 새끼들은 안보인다
시골 장터에서 팔려간 것이다
우리가 복실이를 사왔던 것처럼
 

복실이는 슬펐을 것인디
나랑 동생이 오면 반갑게 맞아준다
점방 가서 복실이 좋아하는 소라과자 사다가
까득까득 먹는거 보고 한 봉지 다 주고
 
 
 
시간이 지나고 
나도 컸다고 친구들 만나거나 게임한다고 점점 더 시골 잘 안 따라가게 되었는데
복실이는 여전히 아부지차가 시골에 도착할때되면
차를 따라 달리면서 문쪽에 몸을 부딪혀가며 따라온다고 했다(반가우면 얘가 원래 몸을 잘 부딪히며 옴)
아부지한테 그 얘기를 전해듣곤 보고싶어서
담에 보러가야지 생각했다

 
 

그 뒤 몇달만에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갔는데
 
복실이가 안보였다
아무리 찾아도 안보였다
 
원래 부르기 전에 차가 도착할때마다 어떻게 알고 오는디
같이 놀던 곳 여기저기 가봐도 없고
모르는 동네개들한테 물어봐도 걔네는 대답도 안하고
 
 
 
일갔다 돌아오신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복실이 약 잘못먹고 죽었다고 하셨다
 
아닌데 복실이는 먹는거 의심 많아서 그럴리가 없는데
시골 동네에서 내가 아는 곳은 다 돌아보며 복실이를 한참 더 찾아봤었다
 


 
 
그 뒤로 시골은 잘 안가게 되었는데
 





복실이 덕분에 개를 엄청 좋아하게 되었고
강아지상인 사람을 좋아하고?
나중에 나이들고 마당에 복실이 같은 개 키우는게 로망

가끔 인터넷하다가
시골잡종 강아지를 보면 복실이 생각이 무척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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